가족 암호를 묻는 사람은 가족이 아니다 — 코인 사칭 문자
코인 거래소나 지갑 회사를 사칭한 문자가 '자산 보호'를 내세워 링크를 누르게 합니다. 링크를 따라가면 지갑 복구 단어를 넣으라는 화면이 나옵니다. KISA가 10월 16일 낸 주의 권고와 AhnLab ASEC 사례를 바탕으로, 지금 할 일부터 정리했습니다.

요즘 집에서 “가족 암호”를 정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낯선 사람이 “엄마가 보내서 왔어”라고 하면 그 암호를 대 보라고 하는 거죠. 암호를 아는 사람만 가족으로 믿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된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누군가 전화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한테 큰일이 생겼어. 확인해야 하니까 너희 집 가족 암호 좀 불러 줘.”
이 사람은 가족일까요? 아닙니다. 진짜 가족은 암호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암호를 불러 달라는 사람이 바로 그 암호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이 장면과 똑같이 생긴 문자 한 통에 관한 겁니다.
문자 한 통으로 시작됩니다
사실 2026년 10월 16일, KISA 보호나라가 주의 권고를 냈습니다. KISA는 한국인터넷진흥원입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침해 사고를 맡는 공공기관입니다. 권고 내용은 이렇습니다. 코인 거래소와 지갑 서비스를 사칭한 스미싱 문자가 늘고 있다는 겁니다. 스미싱은 문자(SMS)와 피싱을 합친 말입니다. 문자로 사람을 속여 가짜 링크를 누르게 하는 수법입니다.
사실 문자에는 사람을 서두르게 하는 말이 들어 있습니다. KISA가 짚은 표현은 네 가지입니다.
- ‘보상 지급’
- ‘즉시 수령’
- ‘비정상 활동 감지’
- ‘자산 보호’
사실 링크를 누르면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하나는 피싱 사이트입니다. 진짜 회사 홈페이지처럼 꾸민 가짜 페이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악성 앱을 설치하라는 안내입니다. 악성 앱은 내 폰에 깔려서 나쁜 일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피싱 사이트 쪽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지갑 복구 단어를 넣으면 자산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믿고 단어를 넣으면, 그 단어로 지갑을 빼앗깁니다.
장면으로 그려 보면 이렇습니다. 폰에 “계정에서 비정상 활동이 감지됐습니다”라는 문자가 옵니다. 불안해서 링크를 누릅니다. 거래소 홈페이지랑 똑같이 생긴 화면이 뜹니다. “지갑을 복구하려면 복구 단어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라는 칸이 보입니다. 서랍에서 종이를 꺼내 적어 둔 단어를 하나씩 쳐 넣습니다.
앞에서 본 그 전화와 똑같습니다. “큰일 났으니 가족 암호를 불러 줘.”
복구 단어가 뭐길래
코인 지갑을 처음 만들 때 화면에 단어 여러 개가 순서대로 나옵니다. 이걸 복구 단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시드 문구(seed phrase)라고 부릅니다. “종이에 적어서 안전한 곳에 두세요”라는 안내가 같이 나옵니다.
추정 복구 단어는 지갑의 가족 암호입니다. 그런데 보통 가족 암호보다 훨씬 셉니다. 가족 암호는 “이 사람을 믿어도 되나”를 확인하는 데 쓰입니다. 복구 단어는 확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단어를 아는 사람을 지갑 주인으로 쳐 줍니다. 그래서 단어를 남에게 불러 주면, 그 순간 그 사람도 내 지갑의 주인이 됩니다.
사실 그래서 진짜 거래소나 지갑 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복구 단어를 묻지 않습니다. 문자 링크로 연 페이지가 복구 단어를 달라고 하거나 앱 설치를 요구하면, 거기서 사기라고 보면 됩니다.
왜 이게 통할까
추정 첫째, 문자가 겁을 먼저 줍니다. ‘비정상 활동’, ‘자산 보호’ 같은 말을 보면 내 돈이 지금 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급하면 확인 단계를 건너뛰게 됩니다.
추정 둘째, 미끼가 하나 더 있습니다. ‘보상 지급’, ’즉시 수령’입니다. 겁이 안 통하는 사람에게는 공짜를 내밉니다. 한 수법에 두 가지 미끼가 같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추정 셋째, 단어를 넣는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 “복구하려면 복구 단어를 넣으세요”는 말만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지갑을 만들 때 “복구할 때 쓰는 단어”라고 배웠으니까요. “엄마 일인데 확인하게 암호 불러 줘”가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과 같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번 일에서 기댈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있는 숫자만 정확히 짚겠습니다.
사실 보안 회사 안랩의 분석팀 ASEC이 9월 30일 비슷한 사례를 따로 보고했습니다. 파이코인(Pi Network)의 계정 보호 안내를 사칭한 문자였습니다. 문자는 공식 사이트를 흉내 낸 페이지로 사람을 데려갔습니다. 그 페이지는 복구 단어 24개를 입력하라고 했습니다.
추정 24개는 “전부”라는 뜻입니다. 종이에 적어 둔 단어를 하나도 빼지 않고 다 달라는 겁니다. 가족 암호로 치면 첫 글자 힌트가 아닙니다. 암호 문장 전체를 끝까지 불러 달라는 셈입니다.
사실 ASEC은 이 가짜 페이지가 여러 언어를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2025년부터 미국·유럽·중국·인도·베트남 등에서 광고로 사람을 끌어들인 사례가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사실 KISA 공지에는 피해 건수도, 피해 금액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도 그런 숫자는 없습니다. 몇 명이 당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ASEC 사례와 KISA 공지가 같은 무리의 짓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수법이 같은 계열이라는 것까지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일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둘 다 오늘 바로 할 수 있습니다.
1. 코인 문자의 링크는 누르지 않는다. 사실 문자가 거래소나 지갑 이름으로 왔다면, 이미 폰에 깔려 있는 공식 앱을 직접 엽니다. 아니면 주소창에 공식 주소를 내 손으로 쳐서 들어갑니다. ASEC도 같은 걸 권했습니다. 링크 말고 공식 앱이나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라는 겁니다. 가족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전화를 받으면, 그 전화 말고 엄마 번호로 직접 걸어 보는 것과 같습니다.
2. 복구 단어는 어떤 입력칸에도 넣지 않는다. 사실 웹페이지든 앱이든 똑같습니다. 복구 단어를 달라는 화면이 나오면 바로 나옵니다. ASEC 권고도 같습니다. 복구 단어를 요구하는 페이지는 즉시 떠나라는 겁니다.
이미 넣었다면 사실 다른 기기에서 새 지갑을 만듭니다. 그리고 남은 자산을 그 새 지갑으로 바로 옮깁니다. 가족 암호가 새어 나갔다면 암호를 새로 정해야 합니다. 그것과 같은 일입니다. 옛 단어는 이제 남도 아는 단어라서, 그 지갑은 더 이상 내 것만이 아닙니다.
추정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복구 단어를 묻는 쪽이 누구든, 그 쪽은 가족이 아닙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
이 글은 확인된 것만 썼습니다. 아래는 아직 모르는 것입니다.
- 어느 거래소·지갑을 사칭했는지 모릅니다. KISA 공지 본문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본문 안의 이미지와 첨부 PDF는 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특정 회사 이름을 사칭 대상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 피해 규모를 모릅니다. 피해 건수와 금액이 공지에 없습니다. 얼마나 늘었는지도 숫자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 악성 앱이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링크의 다른 갈래인 악성 앱이 폰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공지 텍스트에 없습니다.
- ASEC 사례와 KISA 공지가 같은 캠페인인지 모릅니다. 같은 계열 수법이라는 것만 압니다. ASEC 보고는 9월 30일 것이라 이번 공지보다 2주가량 앞섭니다.
- 거래소 계정만 쓰는 사람에게는 어떤 모양일지 모릅니다. 거래소 앱만 쓰는 사람에게는 보통 복구 단어가 따로 없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로그인 정보나 인증번호를 노리는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지 텍스트에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문자 예시와 KISA의 세부 예방 수칙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미지와 PDF 안에 있는 내용이라 읽지 못했습니다.
이 글은 KISA 보호나라 공지 본문 텍스트와 AhnLab ASEC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사칭 대상 회사 이름, 피해 규모, 악성 앱의 동작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출처
- KISA 보호나라·KrCERT/CC — 「코인 탈취를 위한 악성URL 유포에 따른 스미싱 주의」 (2026-10-16) https://www.boho.or.kr/kr/bbs/view.do?bbsId=B0000133&menuNo=205020&nttId=72219
- AhnLab ASEC — 「파이코인 계정 보호 문자 주의, 피싱 사이트로 지갑 탈취」 (2026-09-30) https://asec.ahnlab.com/ko/95644/
이 KISA 공지를 다룬 언론 보도는 찾지 못했습니다.
브리프 기준일 2026-10-17. 이 글은 우리 허니팟 관측이 아니라 공공기관 권고와 보안 회사 보고서를 다시 정리한 뉴스편입니다. 그래서 IP·자격증명·악성 주소는 다루지 않았고, 따라 할 수 있는 명령어나 절차도 넣지 않았습니다. 원문 문장은 옮기지 않고 사실만 우리 말로 다시 썼습니다.
